“빈집이 늘어나 골목이 어두워지고, 젊은 사람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어요.”
칠곡군청 전경
지난 7월 말, 칠곡군 북삼읍의 한 주택가를 찾았을 때 주민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담벼락 사이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난 빈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문이 닫힌 채 방치된 건물 앞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때 군청과 장터를 중심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던 마을은 이제 정적이 감돌았다.
칠곡군은 경북 도내에서 인구 감소율 3위, 순감소율 1위를 기록하며 청년층 유출과 인구 유입 부재라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인구 10만 명 미만으로 떨어져 부단체장 직급 축소 등 행정 기능이 축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빈집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칠곡군 전체 주택 중 상당수가 장기 미거주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방치된 주택이 안전사고와 범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군은 빈집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근본적인 정주 인구 확보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
시 승격에 대한 기대도 있었으나, 인구 기준 미달과 동명·지천면 등 대규모 그린벨트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은 주거지 조성과 산업단지 확장 모두 제한되면서 개발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 부문에서는 12년간 중단됐던 북삼 오평 일반산업단지 재조성 사업이 최근 재개됐다.
그러나 투자 유치와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순 부지 조성에 그칠 위험이 크며 지역 경제의 안정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마련이 필수다.
행정 신뢰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군 공보팀이 비판적인 군정 기사를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명성과 소통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각 지자체는 매일 아침 언론에 보도된 중요 사안을 공보담당 부서가 군수, 부군수, 국장 등 간부진에게 스크랩해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칠곡군청 공보담당 부서는 군정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는 제외하고, 긍정적인 내용이나 홍보성 기사만 선별해 보고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부서 간 소통 부재는 물론, 군수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차단돼 ‘군수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특정 건설업체에 대한 하천 정비사업 비용 환수 조치가 지역 사회의 뜨거운 논란으로 번졌다.
문제가 된 사업은 2년 전 칠곡군 기산면에서 진행된 하천 정비공사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돼 정상적으로 준공됐으며 총 공사 대금은 약 5,1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최근 군은 ‘공사비 과다 지급’을 이유로 약 3,800만 원을 환수하겠다는 통보를 업체에 보냈다.
문제는 공문에 환수 금액만 명시됐을 뿐, 환수 사유나 구체적인 감사 결과, 법적 근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행정절차법 제21조에서 규정한 ‘행정처분 시 처분의 이유와 근거를 당사자에게 문서로 통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업체는 “준공 당시 문제가 있었다면 군이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완공 후 2년이 지나 갑작스럽게 환수 조치가 내려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한 업체 측은 세 차례에 걸쳐 감사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군으로부터 실질적인 자료나 설명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특별 민원에 따른 감사였으며, 계약 업체에는 감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는 관행에 따라 공문에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특정 업체를 겨냥한 보복성 행정’이라는 의혹이 퍼졌고, 해당 사건을 둘러싸고 군 행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지역 사회에서는 “정치적 또는 개인적 감정이 행정 결정에 개입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업계와 주민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구미-칠곡 통합 논의 과정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 부족과 공청회 미흡이 지적됐다.
이로 인해 지역 정체성 혼선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발생했고, 행정과 주민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교통과 균형 발전 문제 역시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북삼, 석적, 왜관 등 주요 거점 간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통망 확충과 대중교통 체계 정비 없이는 생활권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칠곡군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섯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청년층 유입을 위한 주거·일자리·교육 환경 개선.
둘째, 행정 투명성과 주민 소통 강화.
셋째, 전략적인 그린벨트 해소와 기반 시설 확충.
넷째, 산업단지 활성화와 물류 거점화 전략 추진.
다섯째, 지역 정체성 존중과 장기적 통합 기반 마련이다.
‘호국도시 칠곡’의 자부심은 지역의 강점이지만, 그 위상에 걸맞은 경제력과 생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다면 인구와 산업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군민과 행정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기사등록 : 경북연합방송 / gumis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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